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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홍글자(The Scarlet Letter)

천경희/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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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 2022.05.26 1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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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C 사상과 정치에 가장 큰 영향을 준 철학자로 평가되는 마르크스(Karl Marx)는 아이가 여섯 명 있었다.
그는 아이들 밥은 못 먹여도 춤과 피아노 교습은 시켰다. 그중 세 명이 일찍 죽었는데, 딸이 죽었을 때 외상으로 관을 사려 했으나 구하지 못해 절망했다는 일화가 있다. 아내가 사망할 당시 둘 다 병에 걸렸으나 돈이 없어서 자기 아픈 건 끝까지 숨기면서 아내의 마지막을 지켰다.
평생 혁명 생각만 하면서 아내를 고생시킨 마르크스가 유일하게 아내에게 잘한 일로 꼽힌다.
세상천지에 처와 자식에 대한 사랑이 어디 그의 이야기뿐이겠는가. 더욱이 충효를 제일의 선(善)으로 하는 유가적 가치를 지키며 의와 예의 행동규범으로 훈련된 우리의 경우, 그러한 에피소드는 비일비재하다.
산천에 선홍빛 철쭉이 피어나는 즈음, 비운의 한 사내는 검붉은 핏빛 절규를 하고 있다. 유죄가 확정되어 부인은 갇혀 있고, 딸은 대학/대학원 입학이 취소돼 의사 면허가 위태롭고, 자신은 재판을 받는 중이다. 5촌 조카와 동생이 구속되고, 부친은 무덤 속에서 처참하게 명예가 짓밟혔다.
그의 아들에게 허위 인턴확인서를 발급했다는 혐의로 법정에 선 국회의원은 배지가 떼일 위기에 처했다. 진보의 희망에서 진보의 고통으로 전락한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다.
17C 신성한 유토피아를 꿈꾸는 엄격한 청교도의 마을 보스턴에서 재봉사 헤스터(Hester)는 안식일을 지키지 않아 벌을 받는데, 젊은 목사 딤즈데일(Dimmesdale)이 그녀에게 연민을 느낀다. 얼마 뒤, 소식 없는 남편을 기다리며 홀로 살던 헤스터가 아이를 낳자 마을은 발칵 뒤집히고, 간통한 죄로 그녀는 평생 가슴에 ‘A’자를 달고 살라는 벌을 받는다.
그러나 그녀는 끝까지 아이의 아버지를 밝히지 않는다. 사람들의 경멸에도 죄악의 징표인 ‘A’를 주홍빛 천으로 만들어 그 둘레에 금실로 화려하게 수를 놓아 당당하게 달고 다니는 헤스터와는 달리, 그녀의 간통 상대인 딤스데일 목사는 자신의 죄를 차마 세상에 드러내지 못하고 죄책감에 사로잡혀 나날이 쇠약해져만 간다.
한편 뒤늦게 미국에 도착한 헤스터의 남편 칠링워스는 우연히 목사의 비밀을 알아차리고, 신분을 드러내지 않은 채 자신의 의사직을 이용해 병약한 목사의 곁에 머물며 복수할 기회를 엿본다.
결국 궁지에 몰린 헤스터와 딤스데일 목사는 마을에서 함께 도망갈 것을 결의하지만 최후의 순간, 헤스터와 펄을 앞에 두고 딤스데일 목사는 마을 사람들 앞에서 자신의 죄를 고백하고 참회하며 숨을 거두고 만다. 단 하나의 목적이었던 복수를 이룬 칠링워스는 삶의 목적을 잃은 후 자신의 재산을 모두 펄 앞으로 남긴 채 죽고, 펄은 유럽에서 교육을 받은 후 아름다운 숙녀로 성장하여 행복한 삶을 누린다. 딤스데일 목사와의 사랑을 간직한 헤스터는 마을에 남아 여생을 보낸 후 목사의 곁에 묻힌다. 19세기 미국로맨스 장르의 원조인 너새니얼 호손(Nathaniel Hawthorne)의 초기 작품으로 우리에게는 ‘주홍글씨’ 라고 알려진 소설의 줄거리다.
보스턴 주민들 사이에서 ‘A’자가 원래 의미했던 ‘간통(Adultery)’ 혹은 ‘간통을 범한 여자(Adulteress)’에 대한 기억은 점차 희미해져 간다. 처음에 ‘A’자는 인류 최초의 죄인인 아담(Adam) 또는 헤스터의 간통 상대인 딤즈데일 목사의 이름인 아서(Arthur)의 첫 글자를 나타냈다. 그러다가 점차 자원봉사자로서 헤스터의 능력을 함축하는 ‘능력 있음(Able)’을 가리키게 된다. 마침내 작품의 말미에 가서는 성스럽게 변모한 헤스터의 모습을 보여 주는 ‘천사와 사도(Angel and Apostle)’의 상징으로 바뀐다. 그래서 주홍 글자가 마침내 제 직분을 다했을 때, 그녀는 사회의 유대와 지속의 대행자로 변모한다.
문재인 정부와 민주당 지지자들 사이에서 ‘조국’은 고통스럽게 극복해야 할 ‘시대정신’이자 주홍글자이다. 호손이 17세기 보스턴에 대해 쓰기로 선택했을 때, 당시 사람들은 악마와 마녀를 믿었고 그들의 일상생활에 관여하는 질투의 신을 믿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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