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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성식의 어른 왈/미쌉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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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 2022.06.07 1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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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성식 사진.jpg

<주성식 선임기자>

 

1946년 덴마크 코펜하겐의 한 호텔에 「드 호리」(Elmyr de Hory)라는 남자가 나타났다. 헝가리 귀족 출신이라는 그는 2차대전 중 가족과 모든 재산을 잃었고, 남은 것이라고는 피카소 그림 몇 점뿐이라고 했다. 한 화랑 주인이 전문가에게 감정을 맡겼고, 진품으로 판정되자 거금을 주고 구입했다.

 그러나 그의 신분, 이름부터 그림까지 모두 가짜였다. 그는 그 후에도 전 세계를 다니며 피카소뿐 아니라 여러 유명 화가의 작품을 위조해 팔았다. 실제 구입자는 물론이고 화랑 주인과 전문 감정가까지 전혀 의심할 바 없는 진품이라고 믿었다. 얼마나 그림(위조!) 실력이 뛰어났던지, 심지어 한 유명 화가는 「드 호리」의 위작을 보고 “내 작품”이라고 확인해 줄 정도였다. 

그의 ‘작품’은 지금도 전 세계 유명 미술·박물관에 ‘진품(眞品)’으로 전시되고 있다. 그리고 이제는 “「드 호리」가 그린 것 맞아요?”라고 확인하며 구입할 정도의 ‘진품(珍品)“이 됐다.

그러나 「드 호리」가 한 짓이 잘못이라는 점에는 이론(異論)이 있을 수 없다. 실정 법 등 최소한의 사회적 합의조차 어긴 명백한 범죄(파렴치한!)다. 미학(美學)과 가치관 따위가 뒤섞인 개인적 성향이나 기호의 문제가 아닌 것이다. 

사람들은 ’극적(劇的)인 것‘에 더 끌리고, 잘 믿는다. ‘실체’를 아는 것보다 편하기 때문이다. 아름다움부터 애국·시민·민주·정의·평등·공정·평화·인류애 따위까지, 추상적인 개념과 관련해서는 더욱 그렇다. 

그러니 어떤 자(들)가 「드 호리」처럼 ‘그럴 듯한’ 포장을 씌워 이상적인 가치를 내세우면 쉽게 휩쓸린다. 독재를 해도 민주주의만 지껄이면, 온갖 편법을 저질러도 공정만 외쳐대면 좋아한다. 독버섯을 좋은 먹을거리라고, 당의(糖衣) 입힌 극약을 만병통치약이라고 믿는다. 떠드는 자가 범죄자요 지껄인 소리가 사기라고 밝혀져도, 상관하지 않는다. ‘영웅’이 고난당하는 것이니 더욱 더 떠받들고, 변함없이 의리를 지켜야 한다고 다짐한다.

판단 기준 따위는 작동하지 않는다. 아예 없다. 발악하듯 ‘옳소!’만 외치는 몇몇과 어울려야 따돌림당하지 않는다고 확신할 뿐이다. 

아무 생각도 할 필요가 없으니, 맹목(盲目)은 갈수록 더욱 심해진다. 마침내 모든 것을 뺏기고, 끝없이 짐을 지고, 어떤 폭력을 당해도 그냥 받아들인다. 무릎 꿇고 머리 조아리며 마냥 ’미쌉네다!‘를 외친다. 

분칠과 과장 그리고 가공과 조작이 판치는 이 사회, 참으로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신국(神國)이 됐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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